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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방정식 - 3화

공부충 2025. 5. 10.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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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대수는 자신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캐슬문학과는 수정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주 2회 연재, 첫 6개월은 교토에서 원격 근무. 조건은 예상보다 쉽게 받아들여졌다. 오히려 편집장은 "교토 배경의 새 소설이라니, 기대되네요"라며 호의적이었다.

김민혁 교수의 제안도 수락했다. 박사과정을 잠시 중단하고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비상근 연구원으로 남기로 했다. 교수는 이미 교토대학의 나카무라 교수에게 연락을 취해놓은 상태였다.

"나카무라는 내 옛 동료네. 자네를 특별 청강생으로 받아준다고 했어. 단, 매달 한 번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야."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수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작은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박사과정을 포기하는 것이 후회되지는 않을까? 소설가로서의 길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주말, 대수는 다시 법화사를 찾았다. 무경 스님은 마치 대수의 방문을 예상했다는 듯 평온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결정했구나?"

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스님. 석사로 졸업하고 일단 전업 작가의 길을 가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 교토로 6개월 동안 가기로 했어요."

스님은 차를 우리며 말했다.

"집착에서 벗어나 흐름에 맡기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혜의 시작이란다. 대수야, 너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구나."

대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스님, 만약 제가 실패하면요? 소설이 더 이상 인기가 없어지거나, 일본 생활이 힘들거나..."

스님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미소를 지었다.

"대수야, 인생에 실패란 없단다. 단지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만이 있을 뿐이지. 물이 바위에 막히면 우회해서 흐르는 것처럼, 너도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어. 중요한 건 그 흐름 속에서도 네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란다."

대수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님의 말씀은 항상 그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스님, 일본에 가면 이렇게 찾아뵙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에요."

스님은 밝게 웃었다.

"교토에는 절이 수백 개나 있단다. 그곳에서도 너를 기다리는 가르침이 있을 거야. 그리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에서 작은 책 하나를 꺼내 대수에게 건넸다.

"이건 내가 젊었을 때 교토에서 수행할 때 적어둔 노트야. 교토의 숨은 절들과 명상 장소들이 적혀있지.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대수는 감사함에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

돌아가는 길, 대수는 스님의 노트를 펼쳐보았다. 낡은 종이에 깨끗한 글씨로 적힌 메모들. 교토의 절 이름과 위치, 그리고 각 장소에서의 스님의 짧은 감상들. 마치 보물지도를 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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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한 달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석사 논문 마무리, 교토 거주지 알아보기, 일본 비자 신청, 소설 연재 속도 높이기. 대수는 108분 집중법을 더욱 철저히 적용했다. 108분의 논문 작업, 108분의 소설 쓰기, 108분의 일본 준비, 그리고 108분의 휴식과 명상.

그 어느 때보다 바빴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마치 인생의 방향이 명확해지자 모든 에너지가 그쪽으로 집중되는 듯했다.

석사 논문 발표가 있던 날, 지도교수인 김 교수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잘했네, 대수 군.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연구였어."

이것은 김 교수로부터 받은 최고의 칭찬이었다. 대수는 뿌듯함을 느꼈다. 박사과정을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석사로서의 자신의 연구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김 교수는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대수 군, 내가 처음에는 자네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네. 박사과정을 중단한다니,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 하지만..."

교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자네의 소설을 더 읽어보니, 자네에게는 그것이 맞는 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자네가 수학적 개념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방식이 독특해. 그건 평범한 작가들은 할 수 없는 일이지."

대수는 감동했다. 김 교수가 자신의 소설을 계속 읽고 있었다니.

"교수님..."

김 교수는 손을 들어 대수의 말을 막았다.

"감상적인 말은 필요 없네. 다만 기억해두게. 자네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 그리고 교토에서도 우리는 계속 연결되어 있을 거야. 나카무라 교수가 자네의 세미나 발표 내용을 나에게도 공유하기로 했으니."

대수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는 김 교수라는 뜻밖의 후원자를 얻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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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날 밤, 대수는 자신의 작은 원룸 아파트를 정리했다. 6개월간의 장기 여행인 만큼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보관 창고에 맡겨두기로 했다.

짐을 싸는 중에 그는 학부 시절 노트를 발견했다. '미분방정식 입문' 강의 노트였다. 첫 페이지에 그가 적어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방정식에는 해가 있다. 단, 그 해를 찾는 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뿐."

대수는 미소를 지었다. 인생도 방정식과 같다. 복잡하고 때로는 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접근 방식을 바꾸면 새로운 해법이 보인다.

그는 노트북을 열고 '균형의 방정식' 원고를 열었다. 이미 10장까지 작성해둔 상태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기는 작업은 예상보다 쉬웠다. 마치 오랫동안 써야 했던 이야기를 드디어 풀어놓는 느낌이었다.

대수는 새로운 장을 시작했다.

"교토행 비행기 티켓을 손에 든 순간, 주인공 태수는 이상한 해방감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보이지 않는 끈이 풀린 것 같았다. 그것은 두려움이기도 했고, 설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인생의 모든 중요한 선택에는 이 두 감정이 함께한다는 것을."

키보드를 두드리던 대수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밤 풍경이 창 너머로 펼쳐져 있었다. 내일이면 이 풍경도 한동안 볼 수 없겠지.

그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태수는 창가에 서서 서울의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도시에서의 마지막 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뒤로하고 떠나는지, 그리고 무엇을 향해 가는지 생각했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하지만 그것은 손실이 아니라 교환이다. 어떤 가능성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가능성을 얻는 것."

대수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이 소설은 자신의 여정을 기록하는 일기이자, 앞으로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이 울렸다. 캐슬문학의 편집장이었다.

"이대수 작가님, 내일 출국하신다고요? 모든 준비는 잘 되셨나요?"

"네, 다 됐습니다. 연재도 미리 3회분 써놨고요."

"아, 그건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균형의 방정식'이라는 새 소설 기획안을 보냈더군요. 꽤 흥미로워 보입니다. 연재 시작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대수는 잠시 생각했다. 처음에는 교토에 정착한 후에 시작하려 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게 흘러나왔다.

"한 달 안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미 초반부를 쓰고 있거든요."

"좋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교토에서의 경험이 소설에 많이 반영되겠군요."

통화를 마친 대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두렵지만 설레는 시작.

그는 마지막으로 노트북을 덮기 전, 소설의 한 문장을 더 추가했다.

"태수는 깨달았다. 인생의 방정식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각자에게 맞는 해법이 있고, 그것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한 건 자신의 방정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해를 찾아가는 여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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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대수는 출국장으로 향하는 길에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캐슬문학에서 온 메시지, 김 교수의 짧은 격려 메일, 그리고 연구실 동료들의 작별 인사들.

그리고 한 통의 문자메시지. 법화사 무경 스님이었다.

[대수야, 교토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한다. 기억하거라. 인생은 방정식이 아니라 강물과 같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흐르지만, 결국 바다에 닿는다. 너의 흐름을 믿어라.]

대수는 미소를 지었다. 스님다운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방정식으로 보는 것이 더 편했다. 해가 있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는 방정식.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KE721 오사카행 승객 여러분은..."

대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정말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는 교토에서 자신의 방정식의 새로운 해를 찾을 수 있을까? 소설가로서, 수학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균형점을.

그는 확신했다.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08분씩, 하루하루 쌓아가며.

보딩패스를 손에 든 대수는 결연한 표정으로 탑승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인생이라는 방정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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