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춤』 - 제1화: 춤을 추는 여인
1518년 7월 14일, 스트라스부르
한나 트로페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빵 반죽을 치대고 있었다.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햇살이 밀가루 먼지를 춤추게 했다. 그녀는 남편 게오르크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라이 빵을 구우려 했다. 스트라스부르의 여름은 유독 더웠고, 젖은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비가 오지 않겠지..."
작년부터 이어진 가뭄은 곡식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 빵집을 운영하는 그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나는 소중히 아껴둔 밀가루를 꺼내 반죽을 만들었다. 이 밀가루가 떨어지면 내일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다.
요즘 그녀는 악몽에 시달렸다. 검은 그림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춤을 추는 꿈. 그리고 그 춤의 중심에는 항상 성 비투스 수도원의 그 방이 있었다. 3년 전, 그녀가 잠시 수도원의 병동에서 일했을 때 들어가지 말라던 그 방.
한나는 머리를 흔들어 불길한 생각을 떨쳐냈다. 지금은 빵을 굽는 데 집중해야 했다. 반죽을 마친 그녀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물통을 들고 문 밖으로 나섰다.
스트라스부르의 좁은 골목은 여느 때처럼 분주했다. 이웃집 마르타는 빨래를 널고 있었고, 대장장이의 아들 페터는 대장간에서 나오는 쇳소리에 맞춰 장난을 치고 있었다. 평범한 하루였다.
우물가에 도착한 한나는 차례를 기다렸다. 앞에는 세 명의 여인들이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듣지 못했어? 성 마틴 성당의 팔켄베르크 신부님이 말씀하시길, 우리 도시에 곧 신의 심판이 내려진대."
"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야? 흉작에 전염병에... 더 이상 무슨 심판이 필요하다고."
"아니, 이번엔 뭔가 다르대. 신부님이 환상을 보셨다나 뭐라나. 성 비투스의 분노가 춤으로 나타날 거라고..."
한나는 갑자기 귀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성 비투스의 분노'라는 말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수도원에서 일할 때, 그녀는 그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수녀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그 말.
그때였다. 한나의 발끝에서 이상한 느낌이 올라왔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다리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 그녀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잡으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안돼..."
한나의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발, 왼발.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녀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스텝이었다. 하지만 곧 그 움직임은 커졌고, 그녀의 몸 전체가 리듬에 맞춰 흔들렸다.
"한나? 괜찮니?"
우물가의 여인들이 그녀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한나는 대답하려 했지만, 입에서는 단어 대신 숨가쁜 한숨만 나왔다. 그녀의 몸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다.
"도... 도와줘..."
그러나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저 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그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한나의 춤은 점점 더 광란에 가까워졌다.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얼굴에 들러붙었고, 치마는 빙글빙글 돌며 공중에 펄럭였다.
"마녀야!" 누군가가 외쳤다.
"아니, 성 비투스의 저주를 받은 거야." 다른 목소리가 응답했다.
한나는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춤을 추는 동안, 그녀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영이 보였다. 검은 그림자들.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그림자들이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성 비투스 수도원의 그 방 문이 열려 있었다.
"아니... 제발..."
하지만 그녀의 몸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르게,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발에서는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고, 곧 그 물집이 터져 피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고통조차도 그녀의 춤을 멈출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나의 시야는 완전히 흐려졌고, 귓가에는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기록해야겠군. 이것은 분명 중요한 사건이야."
냉정하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한나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갈색 망토를 입은 남자의 실루엣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토마스 베커는 그날의 기록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스트라스부르 시의회의 기록원으로서, 그는 도시의 모든 중요한 사건을 문서화해야 했다. 오늘의 가장 큰 사건은 단연 그 춤추는 여인이었다.
"트로페아의 아내... 한나라고 했지?"
그는 깃펜을 잉크에 담그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춤을 추기 시작한 순간부터 기절할 때까지, 토마스는 모든 것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공포. 그것은 단순한 정신착란이 아니었다.
"이상한 일이군."
토마스는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1518년 7월 14일, 한 여인이 통제할 수 없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것이 신의 징벌인지, 악마의 장난인지, 아니면 단순한 질병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트라스부르에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지만, 우물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춤추는 여인의 이야기를.
토마스는 책을 덮었다. 내일 아침, 그는 한나 트로페아를 직접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야 했다. 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하지만 그는 아직 몰랐다. 이것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트라스부르 전체가 광기의 춤에 휩싸일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춤의 배후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이 있다는 것을.
